추적추적 비 오는 날.

고장난 우산을 부릅잡고 차분히 집에 들어선다.

쨍한 그들의 향이 코를 찌르지만, 탓할 것 없이 세 놈의 머리를 쓰다듬느라 바쁘다.

밥은 잘 먹었어? 물은 괜찮았니? 화장실은 깨끗히 쓴거니?

인사와 쓰다듬에 손발과 입이 정신없다.

잠시 들렸던 가게에서 산 간식을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면서.

내가 이리 사냥을 잘하는 집사야 라며 허세를 떨어주는 인사치례.

옷을 부랴부랴 갈아입고 아가들 간식을 챙겨준다.

이거 달라 저거 달라 니양니양 하는 말에 일일히 대답해 주면서 목소리는 변해있다.

누가 볼까 흠칫하는건 나뿐일까?


일상에 조금의 차이가 있다하면.

아픈 막내가 내뿜은 피를 주섬주섬 닦아 내면서 흐르는 눈물을 다시 닦아내는 일상.

차려준 간식을 듬뿍 먹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그래그래 하는 토닥임.

약이 쏟아져 섞여 있는 쓰디 쓴 간식도 뭐가 그리 맛이 있는지 톨씨 하나 빼지 않고 먹어준다.

그건 또 왜그리 고맙고 이쁘고 사랑스러운지.

막 간식흡입을 마친 막내의 비릿한 입술에는 아랑곳 없이 사랑한다 하며.

입술을 그리 빨고 또 빨아 준다.


일상은 그러하다.

나만 특이한 것 없고 나만 슬퍼할 일 없다.

알고 보면 우리내는 다 비슷한 희극과 비극을 발가락 하나로 왔다갔다 하며 산다.


인생이다.

다만 아주 작은 차이는.

그들이 있는 일상이다.


#네남자이야기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버리지마세요

#꽃으로도_때리지_마세요

#아프지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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